춘천시는 지난해 인구 3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전입장려금 약 18억 원을 투입했다. 대학생에게는 학기당 30만 원씩 최대 240만 원을, 기업 전입에는 최대 500만 원까지 지급했다. 그러나 통계청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 동안 춘천시 인구는 29만1천311명에서 29만1천341명으로 고작 30명 증가에 그쳤다.
고작 30명 늘리는 데 예산 18억 원을 쓴 셈이다. 전입은 늘었지만, 머무는 사람은 줄었다. 시 청년정책과 자료(2024)에 따르면 대학생 전입신고는 1천933명이었는데, 같은 기간 20대 인구는 834명 감소했다. 유입보다 유출이 많았다는 뜻이다.
인구 30명 늘리는 데 18억…워라밸 지수는 전국 최하위
통계청 ‘2024년 1분기 강원도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 인구 가운데 20대가 1천563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직업 문제였다. 전출 사유의 36.6%가 ‘직업’이었다는 점은 청년층이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춘천이 청년을 붙잡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은 분명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3 지역고용조사’에서 춘천의 워라밸 지수는 50.9점으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으로 보면, 춘천에는 코스피 상장사가 1곳, 코스닥 상장사가 2곳뿐이다.
강원도 기업 현황(2024년)에 따르면, 매출 100억 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 기업도 53곳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 대비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폭이 좁고, 고용 안정성이나 처우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평가는 시민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춘천시가 실시한 ‘일자리 인식 실태조사’에서 지역 일자리 조건이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51%, 좋다고 평가한 비율은 7.1%에 그쳤다. 춘천에 일자리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삶을 이어갈 만큼의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행정안전부 인구 동향(2024)에 따르면, 강원도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7% 감소한 1천783명이다. 춘천 역시 출생보다 사망이 1.5~2배 많은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 2024년 말 기준, 춘천 인구는 29만1천121명. 2022년 7월에 29만 명을 넘긴 이후 2년 넘게 정체 상태다. 젊은 인구는 빠져나가고, 신생아는 줄어들고, 고령화는 빨라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돈’이 아니라 ‘머무를 이유’가 필요하다
춘천이 인구 30만 명을 목표로 삼은 이유는 단순한 행정적 욕심이 아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의 대도시 특례 조항에 따르면, 면적이 1천㎢ 이상이고 인구가 30만 명을 넘는 도시는 특별한 행정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 기준을 충족하면 조정교부금이 크게 늘고, 추가 보건소 설치나 도시개발구역 직접 지정 같은 권한이 확대되며, 행정조직 역시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춘천의 면적은 1천116㎢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만, 인구는 약 9천 명 부족하다. 그래서 30만 명이라는 숫자가 하나의 상징처럼 반복돼 왔다. 문제는 목표가 도시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지 않고 단순히 ‘숫자’를 채우는 데 급급하면서 발생한다. 왜 청년이 떠나는지, 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지와 같은 더 근본적인 질문이 뒤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통계청 ‘2023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춘천의 순유입률은 0.2%로 최근 5년 중 최저치다. 춘천을 떠난 사람이 가장 많이 향한 지역은 경기도였고 서울과 인천, 그리고 충남이 그 뒤를 이었다. 이동 자체도 감소했다.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인 3만4천698명만 이동했다. 도시 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춘천 전입 장려금 조례는 올해 1월 1일로 폐지됐다. 지표는 명확했다. 돈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었다. 도시가 지속 가능해지려면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여기서 어떻게 살 수 있는가’를 묻는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기반, 돌봄·주거·교통 같은 생활 인프라, 지역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사다리 등 이런 요소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인구를 붙잡지 못한다.
춘천 인구는 지금 29만 명이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이 29만 명이 ‘왜 여기 있어야 하는가’를 설명하지 못하는 데 있다. 도시는 숫자로 움직이지만, 사람은 기억·관계·삶의 질로 움직인다. 지금 춘천이 직면한 과제는 ‘인구 증가’가 아니라 ‘머무를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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