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강원KBS '강냉이'와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춘천의 방사선 문제를 다룬 이후 지역 사회는 꽤 술렁거렸다. 강원도교육청은 방송에 나온 학교 측정과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지만, 정작 문제의 한 축인 춘천시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방생단)은 춘천시를 포함해 공공기관의 무책임한 방임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방생단은 방사선과 관련된 여러 전문가를 초빙한 간담회를 춘천시에 제안한 끝에 2019년 4월 11일, 민·관 합동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내용은 뻔하게 진행되었다. KINS와 KINS 측 패널은 현재 춘천시의 상황은 "안전하다"라는 입장을 반복했고, 보건·의학 전문가와 패널은 "방사선에 안전기준 따윈 없다"라고 경고했다. 법률 전문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춘천 지역과 같은 상황에 적용한 법적 기준이 적절하지 않으며, 법적 공백이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춘천 지역에서 사용되는 골재의 유통과 건축 인허가는 분명 춘천시의 권한임에도 골재 내 방사성 물질에 대한 대응은 "지자체의 권한 밖 문제"이며, 그에 대한 권한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있다는 원칙적 답변과 입장이 간담회 이후 더 강해졌다.
간담회 때 춘천시장이 방문해 인사말을 할 정도로 지자체장이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춘천시는 미적거렸다. 춘천시의 방임으로 인해 춘천 시민의 불안감은 더 높아만 갔다. 결국은 공사를 앞두고 있던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에 '춘천 골재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명확한 행정 기준과 대응이 없으니 문제 대응과 책임은 고스란히 시민이자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우리는 시민의 불안감을 없애고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어린이집 등 유아 시설 방사선 측정, 시민 대상 방사선·라돈 위생 교육, 시설별 실태조사 및 정보 공개를 춘천시에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권한이 없다"는 도돌이표였다.
춘천시는 방생단의 끈질긴 추궁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안위에 공식 문의를 했으나, 돌아온 원안위의 답변 또한 뻔했다.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생방법)은 건축물 내부 방사선 기준을 따로 마련한 법령이 아니며, 건축물과 관련해서는 실내 공기 질에 대해 권한을 가지고 있는 환경부가 적당하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정부 기관과 공공기관 그 어디서도 기준 마련은커녕 위험성 평가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고착되었다. 책임 소재의 공백은 계속 넓어지고 지속되어 결국 지역의 공공기관에까지 번져갔다. 처음에는 적극적이던 강원도교육청도 결국 원안위와 KINS의 논리를 방패막이로 삼으며 방생단의 요구인 춘천 지역 초·중·고 방사선 측정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2019년 1월 30일 오동초 설명회에서 "특정 골재가 문제가 있다면 안전한 골재로 건축할 수 있게 조치해달라"고 했던 교장 선생님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학생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육청이 되려 중앙부처의 논리 뒤로 숨어버렸다.
시와 도교육청이 원안위의 입장과 법 해석을 방패 삼아 춘천 지역 방사선 상황을 방치할 동안 우리 지역을 책임져야 할 선출직 공무원인 시장과 교육감조차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거나 방생단과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문제 해결의 핵심인 중앙부처 원안위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을 뿐 춘천 지역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 대처와 해결을 위한 법 개정이나 타 부서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일한다는 공무원 중 그 누구도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공공기관 어디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방사선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시민만이 이리저리 오가는 탁구공 신세로 전락해 갔다.
강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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