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본부, 지난해 가을 레고랜드 추진과정에서 잡석·콘크리트 불법매립 방치한 국가유산청의 부작위에 대해 행정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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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7년 실시된 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 부지 발굴조사에서 선사시대 집터 등 유구 3천90기가 발견되면서 중도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야 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사진=중도본부

폐기물 불법매립으로 훼손된 중도유적지를 원상복원 하기 위한 행정소송이 20일 대전지법에서 열린다.

중도본부는 중도유적지 원상복원을 위한 ‘2024구합1117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2025구합132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이 20일 오후 4시 대전지법 332호 법정에서 함께 열린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중도유적지에 대량의 폐기물이 불법매립 됐음에도 관련자 처벌과 원상복구를 하지 않은 국가유산청의 부작위가 위법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제기됐다.

춘천시 의암호 한가운데에 있는 중도유적지는 2013~2017년 실시된 레고랜드 코리아 프로젝트를 위한 고고학 정밀발굴조사에서 한국 고고학 사상 최대의 마을유적으로 확인됐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할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발굴된 국가유산의 보존을 전제로 개발사업을 허가했다.

2015년 1월 13일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현지 점검 결과에 따라 대규모로 발굴된 유구에 대해 ▲유구는 어깨선에서 30cm 정도 높이까지 고운 모래로 충진 ▲상부 1.5m 두께로 마사토로 다져 안정화 ▲나머지 1m는 굴착토로 복토하라며 복토에 대한 세부 사항을 지시했다.

2015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엘엘개발에 지시한 복토 방안.
2015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엘엘개발에 지시한 복토 방안.

강원중도개발공사(GJC)도 발굴된 국가유산 보존을 약속하고 발굴조사와 개발사업을 지속했다. 그러나 중도개발공사는 발굴된 국가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모래로 복토覆土해야 할 유적지에 모래가 비싸다는 이유로 춘천 곳곳의 공사현장에서 버린 폐기물을 받아 불법으로 매립했다.

2015년 11월 20일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제12차 매장문화재분과
2015년 11월 20일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제12차 매장문화재분과 회의록 중 사업시행자인 엘엘개발이 제출한 의견.

중도본부가 2020년 봄 이러한 불법행위를 적발하자 국가유산청은 중도개발공사를 형사고발 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그해 12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2021형제2971호).

경찰 수사결과 통지서를 보면, 당시 중도개발공사 법무팀장복토에 필요한 모래를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은 없고, 중도개발공사가 퇴계동 한숲시티 아파트 공사현장과 학곡리 행정타운 공사현장에서 버린 흙을 가져다 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년 동안 기소하지 않았고, 레고랜드 테마파크 공사는 계속 진행돼 2022년 5월 개장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유산청도 관련 범죄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음에도 불법으로 훼손된 중도유적지를 복원하기 위한 그 어떤 행정조치도 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를 통해 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를 건설하면서 중도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한 모래 자체를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중도본부
경찰 수사를 통해 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를 건설하면서 중도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한 모래 자체를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중도본부

오늘날 중도의 비극을 초래한 데는 춘천시의 잘못도 가볍지 않다. 중도본부는 2021년 6월 14일 레고랜드 사업자들과 문화재청 공무원들을 고발하고, 같은 해 7월 5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당시 이재수 춘천시장에게 중도유적지에 대량의 잡석을 불법으로 매립한 레고랜드 사업자들을 신고하고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중도본부는 춘천시에 잡석 및 콘크리트 덩어리 매립을 허가했는지, 인지했는지, 불법인지 등 8개 항목에 걸쳐 질의하고 관련자 처벌과 원상복구, 손해배상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묻고 7월 11일까지 답변이 없으면 불법매립 범죄를 은폐하는 것으로 간주해 이재수 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했다.

2018년 여름, 중도유적지에 불법으로 매립된 건설 폐기물들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사진=중도본부
2018년 여름, 중도유적지에 불법으로 매립된 건설 폐기물들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사진=중도본부

춘천시는 답변 처리기한을 연장해 그해 7월 29일에야 “레고랜드 관련 공사의 불법 여부 판단 및 조치는 문화재청 소관사항”이라고만 답하고 불법매립에 대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중도본부는 8월 6일 이재수 시장에게 재차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요구했지만, 춘천시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2022년 12월 14일 국가유산청 공무원들은 중도본부와 면담할 당시, 중도본부 김종문 대표“폐기물이 불법매립 됐는지 확인되면 폐기물을 제거하고 유적지를 원상복원 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문화재정책국 최원일 국장“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고, 발굴제도과 김동대 과장“사법기관의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2022년 12월 14일 정부 대전청사 귀빈실에서 문화재청 공무원들(오른쪽)과 중도본부(왼쪽)가 중도유적지 원상복원과 관련해 면담하는 장명. 사진=중도본부
2022년 12월 14일 정부 대전청사 귀빈실에서 문화재청 공무원들(오른쪽)과 중도본부(왼쪽)가 중도유적지 원상복원과 관련해 면담하는 장명. 사진=중도본부

이에 따라 중도본부는 지난해 가을 중도유적지를 불법으로 훼손한 유적지를 원상복원은커녕 이를 축소·은폐한 국가유산청의 행위가 법률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야 비로소 첫 재판이 열리게 됐다.

2014년 발굴된 중도유적지가 전 국민에게 공개된 이후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중도유적지 보존을 위해 노력했으나, 중도유적지에 레고랜드가 조성되는 걸 막지 못했다. 레고랜드가 개장된 지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시민과 시민단체가 중도유적지 불법 훼손을 규탄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훼손된 중도유적지를 복원하려는 노력에 별 관심이 없다.

중도본부 김종문 대표는 “중도유적의 불법 훼손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가 복원에 나서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로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의회는 19일(수) 제342회 정례회 제1차 전임 최문순 도정의 알펜시아 리조트 졸속 매각 및 레고랜드 부당 지원 의혹에 관한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

특위는 이번 회의에서 강원도 산업국으로부터 중도개발공사 사업 추진 현황과 하중도 개발사업 투입비용 및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기획조정실로부터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추진 경과를 보고받아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했다.

특히,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과정에서 제기된 불공정 행위 여부와 도민 세금이 투입된 하중도 사업 개발비용의 적정성을 확인했고, 중도개발공사의 향후 사업 방향과 재무 상태도 점검했다고 특위는 밝혔다.

전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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