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7살 남자조카가 2차 성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불쑥 엄마에게 “나도 크면 엄마처럼 가슴이 커져서 그거(브래지어) 할래요”라며, 어른과 자신의 몸이 다른 점들에 대해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동생과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고민은 “조카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혹시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것들이었다. 나의 이런 고민에 대해 혹자는 “너무 이른 걱정 아닌가?”, 또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건 아닌가?”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봄.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제 봄 시즌을 끝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입니다. 여름을 향해 가는 6월 문화 살롱은 LG 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공연을 소개하려 합니다.연극 입니다.이 작품은 코로나19 상황 가운데에서도 매진을 이룬 3시간 40분짜리 연극으로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바논 태생의 작가·배우·연출가인 와즈디 무아와드(Wajdi Mouawad)의 작품이며 연극 상연 후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예술영화로 발표됐을 때 최다 관객을 동원했고 연극과 영화는 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채영 씨, 커피를 안주 삼아 마시니까 좋죠? 좀 더 알딸딸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술이 깨었다가 다시 취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알코올과 카페인 걔네들이 좀 그래요. 사람을 어디든 보내는 묘한 매력이 있죠. 한번 빠지면 중독된 것처럼 헤어나올 수 없고. 하지만 그러다 몸을 망쳐요. 둘 다 독한 것들이라 서로 부딪치면 사람을 아주 미치게 만들죠.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그런 거 같아요. 누군가를 동시에 사랑할 수는 없어요. 두 사람의 사랑이 한 사람의 몸속에 스며들면 짜릿한 황홀감은 있겠지만 그건 잠시이고 그 사람은 끝내 망가져요.
민주주의가 고대 아테네에서 처음 고안되고 실험된 지 2천년이 훌쩍 넘은 이래, 봉건군주제의 암흑기를 지나기도 했지만, 여하튼 유럽을 필두로 민주주의는 오랜 세월 동안 정체와 발전을 반복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개인의 인권과 사유재산을 우선시하는 자유주의와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상호 적대적 경쟁을 거듭해왔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따진다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양자 간 태생적인 적대감을 도외시한 채, 추상적인 합의를 전제로 한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별생각 없이 당연시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스포츠스타, 유튜버, 웹툰작가, 연예인 등을 손꼽는다.대부분의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겪는 것들 중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지역과 나라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해주냐에 따라 아이들은 정말 다양하고 큰 꿈을 꾸며 자랄 수 있다. 최근 한국의 과학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말이다.지난 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개발 11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을 우주공간에 띄우기
얼마 전 TV에서 유명 개그맨이 나팔바지에 각진 안경에 바가지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뒷배경엔 과거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는 자개장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순간 할머니댁이 생각나며 나의 어렸을 적 추억이 되살아났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레트로’ 문화를 구식이고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선호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자개장을 보며 어렸을 때 추억을 회상하던 나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레트로 문화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위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감성은 감정과 달리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춘천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는 “대학을 졸업하면 수도권으로 간다”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춘천만의 경향성은 아니다. 강원도로 넓혀 살펴보아도 2018년 도내 청년층 7천248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대학을 졸업한 도내 청년 10명 중 6명이 강원도를 이탈한 것과 같다. 청년들은 왜 자신이 성장하고 살아온 지역을 떠나려고 할까?먼저 청년의 발전을 장려하는 지역사회의 정책적 방향성이 아쉽다. 각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지역의 인재를 조기에 발견하여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준비한다. 수도권 대학에 가면 등록금을 지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동과 동 사이엔 정자가 하나 있다. 그 정자의 주인은 낮과 밤 따로 있다. 낮에는 여성 어르신들의 사랑방이고, 저녁엔 학원 가기 전 운동기구를 놀이기구 삼아 흔들며 함께 갈 친구를 기다리는 초등생 친구들 차지이고, 밤에는 흡연장소를 찾는 애연가들 차지다. 작은 정자의 쓰임새치고는 쏠쏠하다.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정자는 여성 어르신들의 나들이 장소였다. 그들은 집집에서 밥 한 공기와 찬 몇 가지씩을 들고나와 모여앉아 매일매일 소풍을 즐기셨는데, 요즘은 식사는 나누지 못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벤치에 앉아 거의 하루를
2020년 기획되고 2021년 3월부터 진행중인 ‘봉의산 건강프로젝트’ 프로그램의 핵심 취지는 지역민을 위한 ‘생활밀착형 산림치유’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멀리 있는 휴양림이나 치유의 숲이 아니라도 내가 사는 동네 앞산과 뒷산에서 흔하게 접하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가볍게, 자주 다가가자는 것이다.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국립산림치유원, 전국 15개소의 국립숲체원, 국립하늘숲추모원 등 국민의 니즈에 부합되는 최적의 산림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특화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시·도유림 확보를 늘려가며 ‘치유의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이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나는 “맛있는 와인”이라고 대답한다. 단 한 가지 “저렴하면서”라는 단서를 붙인다. 세칭 전문가라서 무슨 뾰족한 대답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좀 실망스러운 대답일 수도 있다. 그 실망감을 좀 줄여볼 목적으로 오늘은 그 ‘맛’과 ‘저렴’의 공존을 이야기해본다.와인은 묵직한 바디감, 깊거나 상큼한 향, 적절한 산도와 부드러운 목 넘김이 어우러지며 균형 잡힌 밸런스, 마신 후에 길게 남는 여운 등으로 퀄리티를 가늠한다. 와인은 이런 여러 요소들을 단시간에 변화시킬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지
백창우의 동요 ‘내 자지’를너무 무겁게 가르쳤다고학부모들에게 고발당했다늙어서까지 젖을 빠는 건 사내들이 유일하다고떠도는 진실을 우습게 희롱했다가여교사들에게 고발당했다아파트 계단에서 담배 피고 오줌 쌌다고 주민 신고 받고홧김에 장구채 휘둘렀다가애한테 고발당했다자지는 성기로 고쳐 부르겠다젖 같은 얘긴 하지 않겠지만 만약 하게 될 일이 있다면사람이나 포유동물에게서 분비되는,새끼의 먹이가 되는 뿌연 빛깔의 액체로 고쳐 말하겠다그리고 애들 문제는 경찰에 직접 맡기겠다잘 있어라 나는 간다수목한계선이 있는 학교여― 권혁소 시집 《우리가 너무 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시장경제든 계획경제든 핵심은 분배다. 오래전부터 북유럽 사민주의로 익히 불려왔지만, 지구촌 많은 국가에서 사회모순 분배모순에 대해 일정 부분이라도 해법을 찾기 위해 혼합경제체제를 채택하는 흐름이다. 어떤 체제를 막론하고 그 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시민대중이 아니라 국가권력 또는 자본권력, 그도 아니면 국가와 자본이 야합한 기득권력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 디테일을 논박하려 한다면, 이러한 주장 또한 비판 또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모든 사람이 예비 장애인이다. 이 말에 공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분이 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재해, 교통사고, 화재, 안전사고 등으로 신체장애, 정신장애를 입어 비장애인도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신체적 장애는 외부기능 장애(△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안면장애)와 내부기능 장애(△신장장애 △심장장애 △간장애 △호흡기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로 선천적인 경우보다 후천적인 경우가 많다. 2019년말 기준 등록 장애인은 261만8천명으로 전체 인구(5천185만명) 대비 5
육아기 자녀를 둔 엄마들은 정신이 없다. 나도 그렇다. 아침이면 코로나19 자가진단 앱을 켜서 등원이 가능하다고 체크하고 10살 아들을 깨운다. 무사히 초등학교를 보내면 38개월 둘째 차례다. 모두를 보내고 출근을 하면 모닝커피 한잔에 버퍼링 시간이 필요하다.나는 아들 둘을 키우는 40대 활동가 엄마다. 첫아이 임신 9개월까지 서울에 대학원을 다녔고, 출산 직후 마더센터 창립총회 자료를 만들고 언니들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둘째를 출산하고 6개월의 시간을 가지리라 마음먹었지만 어쩌다 보니 모유수유를 황급히 끝내고 출산 4개월 만에
난생처음 춘중 2학년 때 문예반에 들어갔지만, 딱히 기억나는 활동은 없었다. 그러다가 3학년이 되었다. 이때 문학적인 사건이 생겼다. 그 내용을 써놓은 게 있어 소개한다.1966년 봄날에 춘천에서 ‘제1회 개나리 문화제’가 열렸다. 행사의 일환으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백일장이 열렸고, 뜻하지 않게 나는 시(詩) 장원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뜻하지 않게”라는 표현을 쓴 건 영문도 모르고 백일장에 참가한 때문이다.당시 나는 춘중 3학년 학생이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수업은 걱정하지 말고 글짓기 대회에 다녀와라”고 갑자기 외출(?)시킴으로써
《세종실록지리지》 ‘춘천 도호부’에는 조선시대 나라에 바치는 공물이 “꿀·밀[黃蠟]·잣·오미자·오배자(五倍子)·철(鐵)·느타리·석이·여우가죽·삵괭이가죽·노루가죽·돼지가죽·잘·수달피·표범꼬리·돼지털·곰의 털” 등등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잣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잣은 《동의보감》에 해송자(海松子)라고 하여 “성질은 조금 따뜻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관절통이나 저림, 어지럼증 등을 치료한다. 피부를 윤기 나게 하고 오장을 좋게 하며 허약하고 여위어 기운이 없는 것을 보한다. 오랫동안 먹으면 몸이 가뿐해지고 오래 살며 배고
‘디스크자키(Disc Jockey)’의 어원과 의미1935년 미국의 언론인이자 방송인이었던 월터 윈철(Walter Winchell)이 만들어낸 단어로, 이미 녹음된 축음기용 레코드를 뜻하는 Disc와 기계를 다루는 사람(Operator)이란 뜻의 Jockey를 합쳐서 만들어낸 합성어이다. Disc Jockey(이하 DJ)란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인물은, 라디오 쇼 ‘Make Believe Ballroon’의 스타 아나운서 마틴 블록(Martin Block)이었다. 당시 그는 레코드와 세계적인 Top Class 밴드의 라이브 방송을
출근하기 전,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아 졸린 눈을 비비는 중1 아들을 깨운다. 이번 주는 원격수업 주간이다. 아이를 두고 출근을 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 하지만 출근을 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본다고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여느 아이들과 혼자 집에서 하루종일 화면을 보며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쉬는 시간을 넘겨가며 휴대폰을 밑에 숨긴 채 친구들과 카톡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스스로 밥도 챙겨 먹으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코로나19시대, 너도나도 “학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가운 질문
지금부터 30여 년 전인 1989년 헌법재판소는 국토이용관리법 위헌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1989.12.22. 선고 88헌가13 전원재판부[합헌·위헌]).1. 국토이용관리법(1972.12.30. 법률 제2408호, 1978.12.5. 개정 법률 제3139호, 1982.12.31. 개정 법률 제3642호) 제21조의3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2. 같은 법률(1989.4.1. 개정 법률 제4120호) 제31조의2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할 수 없다.헌법재판소는 그 이유로 ‘재산권 관념의 역사적 변천’을 고찰하고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시민들과 곳곳에 주차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이제 흔한 풍경이다.그런데 킥보드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현대적 전동킥보드의 시초는 1915년 뉴욕의 ‘오토패드컴퍼니’가 제작한 ‘오토패드’다. 하지만 강화된 교통법규와 청소년 운전 규제, 자동차산업의 급속한 발전 등으로 전동킥보드는 잊혀졌다.한 세기가 지나 다시 붐이 일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한국의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115만명이다. ‘킥고잉’, ‘씽씽’ 등 20여 개 기업이 각축을 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