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춘천시민의 날 맞아 ‘춘천’ 주제로 시낭송 콘서트
춘천에서 부르고 읊는 춘천의 시와 노래…8일 오후 4시 봄내극장

춘천은 가을도 봄이다. 이미지=AI(Gemini) 생성.
춘천은 가을도 봄이다. 이미지=AI(Gemini) 생성.

春川도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발돋움할 거라

녹다만 눈 응달 발치에 두고

마른 억새 깨벗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피고 있는 진달래꽃을 닮은 누가 있을 거라

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

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

그저, 다만 새봄 한 아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본 적은 없지

엄두가 안 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유안진 시인이 그랬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라고. 이순원 소설가도 같은 제목의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춘천은 정말 가을도 봄 같을까? 적어도 이번 가을은 겨울 같기도 하다. 그래도 시와 노래로 물든 가을의 오후는 제법 봄처럼 포근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돌아오는 토요일 8일 오후 4시, 봄내극장에서 ‘춘천시에서 울리는 춘천의 시와 노래 –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는 주제로 시낭송 콘서트가 열린다. 제23회 ‘춘천시민의 날’을 맞아 열리는 이번 무대는 ‘춘천을 소재로 한 시와 노래’를 중심에 두고 마련됐다.

1부 ‘노래가 된 춘천의 시’에서는 ▲박제영의 '춘천이니까' ▲이외수의 ‘안개 중독자’ ▲녹우의 ‘석사동 먹자골목’ 세 곡의 노래가 불리고, 2부 ‘시인, 춘천을 그리다’에서는 ▲허림의 ‘훌쩍, 춘천에 닿다’ ▲유안진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가, 3부 ‘춘천 시인의 시’에서는 ▲최돈선의 ‘어머니 뭐하셔요’ ▲최삼경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권준호의 ‘춘천, 아름다운 춘배형’이 낭송된다.

이어서 4부 ‘김유정을 위하여’에서는 ▲최삼경의 ‘김유정문학촌’ ▲권준호의 ‘유정, 이정’ ▲박정대의 ‘네가 봄이런가 – 김유정에게’가, 5부 ‘못다 부른 춘천 시’에서는 ▲김정수의 ‘망대’ ▲안현미의 ‘음악처럼, 비처럼’이 낭송된다. 모두 세 곡의 노래와 열 편의 시가 낭송되는데, 이 중 2편은 중국어로도 낭송한다. 

여기에 낭송가 김진규가 직접 진행하는 미니 강연 ‘은밀하고 세밀한 한국어’가 더해져 시낭송 속 장단·리듬·발성 등 한국어 고유의 운율을 짚는 특별 코너도 준비돼 있다.

최돈선 시인은 “안개가 피어오르면 곧 겨울이 오겠지만, 그 순간에도 춘천은 시를 품은 도시”라며 “한 사람의 수고가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한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고 이외수 작가의 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그의 시 ‘안개 중독자’가 노래로 공연되며, 도시가 기억하는 작가에 대한 조용한 추모도 함께 담긴다.

안개가 내려앉고 속도가 느려지는 계절, 그 안에서 다시 ‘봄의 생동’을 발견해내는 것이 바로 춘천과 춘천사람의 정서라고 말한다면 너무 억지스러울까. 어쩌면 “가을도 봄”이라는 말은 가을이 봄을 닮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쇠락하는 가을 속에 또 다른 생명이 움트는 봄을 잉태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춘천에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가을이 깊어지는 11월, 한 줄기 낭송과 한 곡의 노래가 도시의 기억을 다시 깨운다. 사전 신청자에게는 좌석 배치도와 전자책 형태의 ‘시첩’이 발송되며, 행사 당일에는 인쇄본 자료집이 제공된다. 문의=010-8349-5595

이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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