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농산물 수입에 농민 두 번 죽어"…11일 오후 1시 원주에서 대책 촉구
춘천시, '농업인의 날' 맞아 삼천동 수변공원에서 "한마당 큰잔치 성황리 개최"

'농업인의 날'인 11일 오후, 강원도 농민들이 기후재난에 따른 농업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전농 강원도연맹
'농업인의 날'인 11일 오후, 강원도 농민들이 기후재난에 따른 농업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전농 강원도연맹

11월 11일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한 대한민국의 법정 기념일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농업인의 날 기념식으로 떠들썩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쉰다.

11은 한자로 ‘열 십十'에 '한 일一'인데, 이것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는 데 착안해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농업의 기본은 흙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쌀농사 추수를 마치는 때라서 이날은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의미도 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땀 흘리는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농업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되새기는 중요한 날이다.

그러나 1년 농사를 마무리하고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이날 정작 농민들은 한숨뿐이다. 사상 최악의 가을장마로 인해 강원도 밭작물 피해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의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배추는 무름병과 각종 병해충으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들깨와 콩, 수수 등 잡곡류도 잦은 비에 곰팡이병이 발생해 낱알이 여물지 않고 쭉정이투성이라 그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강원도와 각 시군에서 뒤늦게 오는 14일까지 피해를 접수한다고 하지만, 농민들은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말한다. 이미 수확이 끝난 상태라 현장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뒷북행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가을 김장 배추와 무 가격은 형편없다. 농민들은 날씨로 인한 작황보다 더 큰 원인은 정부의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이라고 입을 모은다.

“작황이 안 좋으면 농산물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농민들에게 그나마 혜택이 돌아갈 수 있지만, 정부의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은 농민들을 두 번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올가을 배추와 무 가격 하락이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늘고 작황도 일부 호전된 원인도 있지만, 정부의 수입도 한몫했다.

이미지=AI(Gemini) 생성.
이미지=AI(Gemini) 생성.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상 기후로 인해 배추와 무 생산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배추 약 2천600t, 무 약 500t 등 정부 비축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고 배추 1만t과 무 2만t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민간 수입을 유도했다.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매주 각 200~500t 규모의 배추와 무를 직수입해 전국 도매시장에 공급했다.

정부는 올해 김장철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무 등 김장 재료 총 4만7천500t을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배추나 무를 직수입하거나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면 단기적으로 공급량이 늘어나 국내산 농산물의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연간 20만t을 상회하는 중국산 등 저가 수입 김치의 대규모 수입도 국내산 배추의 재배면적과 가격 변동성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농민들의 전국적인 조직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은 농업인의 날인 11월 11일 오후 1시 원주 댄싱공연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와 강원도에 배추·무를 비롯한 밭작물 농업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중단과 농작물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협력기구 구성과 함께 송미령 장관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쌀값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6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농민들을 우롱하고, 수확기를 앞두고 정부미를 방출하는 등의 반농민적 행위를 하는 자가 농림부장관이라는 게 정말 대한민국의 농업농촌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자진사퇴만이 새정부 농업대개혁의 출발입니다.

한편, 춘천시는 삼천동 수변공원 일원에서 ‘제30회 농업인의 날 한마당 큰잔치’가 성황리에 열렸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11일 오전 삼천동 수변공원 일원에서 제30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한마당 큰잔치'를 성황리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춘천시
춘천시는 11일 오전 삼천동 수변공원 일원에서 제30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한마당 큰잔치'를 성황리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춘천시

농업인의 날을 맞이해 (사)춘천시농어업회의소가 ‘씨앗에서 미래로, 농업인의 30년’을 주제로 주관한 이 행사에는 농업인과 농업인 단체, 관계기관 등 1천여 명이 참석해 농업인의 땀과 열정을 격려하고 지역 농업의 새로운 30년을 함께 다짐했다고 전했다.

시에 따르면, 기념식에서는 지역 농업의 발전에 이바지한 우수 농업인 13명에게 표창이, 관계자 4명에게 감사패가 수여됐고,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진행된 ‘가래떡 나눔 행사’에는 춘천의 햅쌀로 만든 가래떡이 제공돼 큰 호응을 얻었으며, 식전 농악 공연을 시작으로 초대가수의 무대와 오찬을 겸한 레크레이션, 체육대회와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전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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