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춘천양성평등대회에서 주제 발표자들과 함께 양성평등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하는 모습.
#제24회 춘천양성평등대회에서 주제 발표자들과 함께 양성평등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하는 모습.

지난 11월 20일, 제24회 춘천양성평등대회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나는 네 살 딸을 키우는 아빠이자 춘천시 청년발전위원으로서 마지막 발표 자리에 섰다.

시장과 센터장, 워킹맘 대표의 이야기에 이어 내 삶을 꺼내 놓아야 하는 자리라 어느 누구보다 떨렸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컸다. 발표 내용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지난 1년간의 선택에 대한 고백이었다. 보수적인 공기업에서 일하던 나는 아이가 집에서 크게 다치는 일을 겪으며 돌봄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뒤 남성 직원으로는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냈고, 등·하원과 집안일, 아이와 하루를 보내는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돌봄은 한쪽이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함께 나누어야 하는 삶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결국, 나는 가족의 삶을 중심에 두기 위해 과감히 이직했고, 지금은 춘천에서 아내와 돌봄과 생계를 함께 나누며 살고 있다.

무대에서 이 이야기를 전하며 객석을 바라보니 고개를 끄덕이는 얼굴과 여전히 현실의 벽을 떠올리는 표정이 동시에 보였다. 나는 그 복잡한 표정들 속에서 양성평등이 어느 한쪽의 희생이나 특별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가정·직장·행정이 함께 균형을 다시 맞춰 가는 긴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그래서 세 가지 제안을 전했다. 첫째, 가정에서는 ‘엄마 일, 아빠 일’을 나누기보다 오늘의 여건을 함께 이야기하며 역할을 조정하자고 말했다. 둘째, 기업과 조직에는 남성 육아휴직과 시차출퇴근을 부담이 아닌 투자로 바라봐 달라고 요청했다. 돌봄을 경험한 구성원일수록 동료와 조직에 더 공감적으로 대한다는 점을 나는 현장에서 보아 왔다. 셋째, 행정에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를 꾸준히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아빠 참여 프로그램, 가족 친화 기업 인센티브, 일·가정 양립 근무제도는 ‘모두가 존중받는 성평등 사회, 모두가 행복한 춘천’을 위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나는 양성평등이 이제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제라고 믿는다. 이번 대회 무대에서 시작된 이 대화가 가정과 직장, 마을 곳곳으로 번져 나가기를 바란다. 한 명의 아빠이자 시민, 그리고 청년위원으로서 필자는 시민들과 함께 양성평등 춘천을 만들어 가는 길에 앞으로도 꾸준히 목소리를 보태고자 한다.

전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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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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