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나는 출산을 열흘 남겨두고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아기용품을 검색하다 오전 아홉 시가 다 되어 일어나 무심코 핸드폰을 켰을 때 속보가 떴다. 기사를 읽고 난 후, 나는 온전히 사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열하루 뒤 나는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3.3kg의 몸무게로 태어나 내 품에 안겼다. 그제야 TV를 켜고 절망적인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다.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를 잃은 이들의 마음이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6개월이 지나고, 나는 아이를 아기띠에 매고 광화문에 갔다. 아이를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연둣빛 수양버들 늘어진 공지천 ‘봄내맨발로’에서 ‘맨발걷기전국운동본부’ 춘천지회 발대식이 열렸다.“봄봄봄 시렸던 겨울을 지나 또 벚꽃잎이 피어나듯이 다시 이 벤치에 앉아”야회에서 울려 퍼지는 가수의 음악 소리에 건강도 챙기고 기분 좋게 소풍 나온 기분이었다. 접수대에서 회원으로 가입하니 떡이며 김밥이며 따뜻한 음료수를 준다. 맨발걷기전국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이 맨발 걷기 전도사답게 맨발 걷기의 장점에 대해 한바탕 연설을 한다. 현대인들의 삶이 땅을 접촉하지 않아 면역이 약해지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올해도 ‘시민지성 한림연단’이 시작되었다. 시민지성 한림연단은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비판적 지성 배양을 목적으로 하는 명사 초청 연속 강연회로, 교직원과 재학생은 물론이고 춘천시민 누구에게나 개방한다. 첫 강연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청춘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난도 교수이다. 김난도 교수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18년째, 한국 사회의 1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10개씩 골라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통해 우리의 소비 경제 활동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인공지능의 시대, 인간만이 가능한 화룡점정의 역량은 무엇인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한다. 그만큼 살아가면서 눈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예전에는 들어보지 못하던 질병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요즘 유난히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선진국 실명 원인 1위라는 황반변성도 그런 질병 중 하나인 듯하다.‘황반’이란 물체의 상이 맺히는 안구의 망막 중에서도 시신경이 밀집되어 있어 물체의 초점을 맺는 중심부의 가장 중요한 곳으로, 물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나이가 들면서 황반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면서
지난해 말 아름다운재단 ‘변화의물꼬’ 사업에 지원했다. 사업명은 ‘은둔형 외톨이와 함께 살아가기’였다. 내게는 은둔형 외톨이란 단어가 익숙하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 밖으로 장기간 나오지 않는 친척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4년 전 그 일이 내 직계가족의 문제가 되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정말 아무 데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왜 방치하느냐?’라는 주변의 비난 또한 온전히 나 혼자 받아들여야 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서 억지로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방법을 택하지
극단 ‘무소의 뿔’의 연극 〈하녀들〉이 지난 21일 열린 ‘2023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아시아 아츠 어워즈(Asian Arts Awards)’에서 베스트 퍼포먼스(Best Performance)상을 수상했다.〈하녀들〉은 장 주네(1910~1986)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1947년에 집필한 대표적인 부조리극이다. 정은경 연출가가 작품을 재구성하여 극 중 그의 형식으로 각색한 은 마담에 대한 동경과 증오로 뒤엉킨 두 하녀가 절망과 환희를 오가며 삶에 대해 절규하는 작품이다. 심사위원단은 “아주 한국적이면서 음악과 오브제
뉴스를 보기가 힘들다.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등에서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와 행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도, 어디까지인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은 다른 나라만 쳐다보고, 거대 여당은 대통령만 쳐다본다. 거대 야당은 여당이 뭘 잘못하는지만 쳐다보고, 작은 야당들은 무력감에 헤맨다. 국민에게 국가는, 정치와 행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동료라는 거추장스러운 관계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게 됐을까? 책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은 걸까?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글로 세상에 알려주는 것,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다면 절대 들을 수 없는 혼자서 듣기 아까운 이야기들을 이 책은 고스란히 전해준다. 작가이자 가수인 춘천 청년 전범선 씨와 새마을운동 중앙회 회장이었고 현재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의 이사장으로 생명살림운동을 하는 정성헌 씨가 만났다.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서로 너무나 다른 30대의 청년과 70 대의 어른이 만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진심을 정성헌 씨
어부가 높은 벼슬을 지낸 굴원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그 연유를 물었다. 굴원이 답했다. 온 세상이 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세상 사람 모두 취했는데 나만 홀로 정신이 깨어 있어 쫓겨났다(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어부가 다시 물었다. 세상 사람이 모두 탁하면 왜 그 흙탕물을 함께 뒤집어쓰지 않는지, 세상 사람이 모두 취했다면 왜 함께 마시고 취하지 않는지, 그래서 뭘 그리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굴다가 쫓겨났는지. 굴원이 답했다. 새로 머리를 감으면 반드시 관을 털고, 새로 몸을 씻으면 반드시 옷을 털어야 한다고(
지난달 28일부터 6월 4일까지 춘천의 곳곳은 상상력 가득한 재밌는 도시였다.35년을 이어온 춘천의 대표축제인 ‘춘천마임축제’가 4년 만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코로나19가 앗아간 도시의 재미와 설레임, 예술적 상상력을 되살려내며 8일간의 유쾌한 여정을 마쳤다. ‘Show up; 상상의 출현’이라는 주제 아래 중앙로·축제극장 몸짓·춘천문화예술회관·커먼즈필드·공지천 산책로·삼악산 케이블카 주차장 일대 등 춘천 곳곳이 ‘물’과 ‘봄’ 그리고 ‘불’의 도시로 변하며 돌발적 상황과 뜻밖의 경험으로 도시를 채웠다. 올해 축제에는 문화도시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동안 상승세를 유지해 50%를 웃돌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달이 지나자마자 40% 후반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로 지지율은 당선 득표율에도 미치지 못한 채 여전히 낮은 지지도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1년이 지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0%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이 그림은 춘천시가 1997년에 신동면 혈동리에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면서 고시한 주변영향지역 지도이다. 가운데 검은색 부분이 폐기물처리시설 부지이고, 그것을 둘러싼 작은 도형이 직접영향권 (1.92km²), 외곽의 큰 도형이 간접영향권 (4.65km²)이다. 상식적으로, 어떤 시설이 가동하면 그 영향은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동심원 형태로 확산할 터인데, 이 지도에서는 시설의 오른쪽(동쪽)으로는 남북으로 넓게 영향권역이 표시되어 있는 반면, 왼쪽으로는 직접영향권은 물론 간접영향권도 거의 없다.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의 가동
문재인은 노무현이 죽는 것을 보았고나경원은 조국이 피 흘리는 것을 보았다.그러나 국민은박근혜가 끌려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사람은 겁을 먹어도국민은 겁먹지 않는다정치인은 겁을 먹어도정의는 겁먹지 않는다.역사는 겁먹지 않는다.오늘 검찰청 앞에 선 이재명 대표 모습을 보자니 자꾸 저 어른들 생각이 난다. 유신과 신군부와 온갖 폭력의 냄새가 한 데 짓뭉개진 독재의 악취. 절망 쪽으로 자꾸만 발목이 휘어지지만, 그래도 이렇게 당하고 말 수야 없지. 나라 망하는 꼴 지켜만 볼 수야 없지. 나쁜 놈들이 다 해처먹는 나라 내버려 둘 수야 없지.
《불편한 편의점》 독후감독고 씨가 파우치를 빼앗고 나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생각을 한 이유가 경찰에 잡힐지도 모른다는 계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부분이 현실적이었다. 물론 그 후 졸린대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이게 한 양심 덕에 염 여사는 조금 더 빨리 파우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독고 씨가 절망 탓에 술에 빠진 이유는 오래도록 일구고 싶었던, 그리고 아주 잠시간 안정과 행복을 주었던 가족이 그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 독고 씨는 의사 일을 계속했을 터다. 양심이 가끔 그를 악몽으로 끌고 가 참
우리의 일상은 대체로 반복적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크게 나쁘지 않은, 그럭저럭 순항하는 듯한 삶이 익숙해지고, 익숙함이 질척해질 무렵 소설 속 김성곤 안드레아는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리고 이어진 실패와 도전의 반복은 오뚝이 또는 사업 중독으로 명명되며, 그에게 50대의 나이와 별거 중인 아내와 딸의 외면, 수억대의 빚, 늘어진 배와 처진 어깨만 남길 뿐이다. 불가항력적 상황 속에서 단 하나만이라도 자기 의지에 따라 바꿔보고자 시작된 김성곤 안드레아의 첫 번째 목표는 자세 교정. 행동에 목
이런 인간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이것도 천공이 시킨 건가. 나라의 운명이 벼랑 끝이다. 아이들 눈을 바라보지 못하겠다.스님에게 길을 물었더니,겨울바람은 북쪽에서 불고봄바람은 남쪽에서 불겠지. 이러신다. 매화나무는 아직 귀를 닫고 있네.어느 전생이었는지 아득하지만 우리가 이 계절에 처음 만났던 기억이 있다. 나무들이 세상을 향해 마지막 등불을 밝혀 드는 무렵이었다. 나는 조금 가벼운 절망을 앓고 있었고, 상심한 내부를 잘 들여다보기 위해 날마다 술집과 술집 사이에서 떠돌았다. 그럴수록 내 상처가 잘 보였다. 내 저항은 고작 세상의
권성우 평론가는 서울대 국문학과에서 학·석·박사를 마쳤고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당선된 후 30여 년간 한국 문단에서 탁월한 평론가로 자리매김해왔다. ‘김영현 논쟁’, ‘문학권력 논쟁’, ‘근대문학의 종언 논쟁’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문예중앙》, 《세계의 문학》, 《크리티카》, 《사회비평》, 《문학수첩》 등의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숙명여대에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김환태평론문학상(2008), 임화문학예술상(2017) 등을 수상했다. 《비평의 매혹》, 《모더니티와 타자의 현상학》, 《비평
오정희는 1968년 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한 이후 굵직굵직한 문학상 수상은 물론 장편소설 로 2003년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받았다. 해외에서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작가이기도 하다. 오정희 작가는 1947년생으로 올해로 만 75세다. 춘천에 정착한 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문단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은 그의 작품을 나는 2년 전 중·단편의 소설을 모아 엮은 오정희 문학선 으로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성장소설인 〈유년의 뜰〉, 〈중국인 거리〉를 비롯해 춘천을 배경으로 한 〈저
그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는 보석으로 온몸을 치장한 왕자의 동상이 서 있었다.어느 겨울날 밤이었다. 따뜻한 나라에 아직 가지 못해 남겨진 제비는 우연히 행복한 왕자의 눈물을 보게 된다. 왕자는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슬픈 도시의 모습에 마음 아파하며 제비에게 도움을 청한다. 부탁을 들은 제비는 왕자의 칼자루에 박힌 루비를 아픈 아이에게 물어다 준다. 왕자는 제비를 통해 몸을 덮고 있던 금조각들을 모두 나누어 주고, 마지막으로 눈에 박힌 사파이어까지 도려내어 가난한 작가와 성냥팔이 소녀에게 보낸다. 결국 행복한 왕자는 초라한 형체만이
최근 계속 내린 비로 전국은 물바다가 되었다. 그칠 만하면 오고, 지칠 만하면 또 내렸다. 많은 이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오랜 장마의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곰팡이가 찾아왔다. 옷장, 신발장, 화장실 등 집안 곳곳으로 진출했다. 이제 세탁과 청소의 시간이다. 곰팡이에 슬어버린 눅눅한 옷들을 꺼내어 세탁한 후 근처 무인 빨래방 건조기에 넣는다. 다음은 화장실과 방들이다. 락스와 청소솔로 화장실 타일을 박박 문지른다. 바닥난방을 돌려 집안 습기를 잡는다.청소를 열심히 해도 해결되지 않는 곳들이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 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