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독자로서 나의 신문읽기 습관부터 간단히 보려 한다. 그래야 기자분들이 나처럼 불량한 독자도 신문을 읽게끔 만드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다. 일단 표제(Headline)를 중심으로 신문을 첫 면부터 끝까지 훑는다. 훑는 동안 관심을 끌었던 면을 다시 찾아 관련 기사를 살핀다. 나중에 참고가 될 만한 기사가 있으면 오려 둔 뒤, 별생각 없이 신문을 재활용 통으로 직행시킨다.이러한 나의 습관은 표제의 중요성을 잘 증명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즉, 표제는 독자로 하여금 표제 아래 내용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지방의회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대표적인 논란거리이다.지방의회가 1991년 광역 및 기초의회 선거를 통해 출범할 때는 의원들이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연수는 이들에 대한 보상적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2006년 민선 4기부터 지방 의원에게 보수가 지급되면서 해외연수는 혈세 낭비와 특혜성 외유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광역 및 기초지자체 의회 의원들이 지역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해외연수를 강행하거나 해외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저질렀다는 소식 그리고 다녀오고 나서 작성한 보고서가 베끼는 수준인 것으
어부가 높은 벼슬을 지낸 굴원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그 연유를 물었다. 굴원이 답했다. 온 세상이 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세상 사람 모두 취했는데 나만 홀로 정신이 깨어 있어 쫓겨났다(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어부가 다시 물었다. 세상 사람이 모두 탁하면 왜 그 흙탕물을 함께 뒤집어쓰지 않는지, 세상 사람이 모두 취했다면 왜 함께 마시고 취하지 않는지, 그래서 뭘 그리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굴다가 쫓겨났는지. 굴원이 답했다. 새로 머리를 감으면 반드시 관을 털고, 새로 몸을 씻으면 반드시 옷을 털어야 한다고(
춘천의 소양강은 메콩강을 닮았다. 베트남 껀터(베트남의 5대 직할시 중 하나로 전국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으며, 메콩강 하류 삼각주에 자리 잡고 있다)가 고향인 내가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껀터가 고향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메콩강 이야기를 하면 금방 이해한다.나는 메콩강 지류인 허우강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물고기를 잡는 어부였다. 남편과 결혼을 결정하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강가를 거닐었다. 지금도 허우강을 따라 높게 형성된 둑과 점점이 떠 있던 섬들이 생각난다. 이곳을 떠나고 나서 이 강을 얼마나 많이 다시 그리워할까
난 언제나 무언가를 읽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깊이 있게 읽었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다 독자위원을 하면서부터는 특히 신문을 자세히 읽다 보니 조금은 깊어진 듯하다. 글을 쓰는 것이 익숙지 않은 데다 특히 비평이라는 코너 제목에 더욱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광고글자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신문의 구석구석을 좀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 한다.지역신문의 역할은 중요하고도 크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부터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 지역주민을 대변하고 정보도 전달해야 한다. 《춘천사람들》이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을
5월 22일은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이다. 올해는 이날을 기념해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는 가시박 제거 활동에 관한 기사가 넘쳐난다. 그런데 생물 다양성의 날이라면서 가시박 제거에 나서다니? 그것은 가시박이 우리 고유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가시박(Sicyos angulatus)은 박과 한해살이풀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며, 유럽이나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그 유입 경로는 정확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급속히 퍼져 2009년에는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은 특정 외래생물로, 미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그래도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성찰을 통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이 정부의 폭정은 브레이크가 파열된 덤프트럭처럼 더 거침이 없다. 아니, 처음부터 오류로 생산된 급발진 차량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다. 한 달 전 노동절을 맞아 도내 한 건설노동자가 검찰 수사에 항의하며 몸을 불살라 사망했을 때만 해도 조금은 성찰할 줄 알았다. 그러나 며칠 전 7m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던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노동자를 경찰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무력으로 제압해 체포했다. 대통령과 정부·여
6월 11일 출범을 앞두고 지난달 25일 통과된 2차 개정안은 25점짜리 ‘쭉정이 법’에 불과하다. 지역 예산은 한 푼도 늘지 않았고, 공무원 한 명 더 채용할 수 있는 권한 역시 부여되지 않았다.특별자치도의 핵심인 ‘자치권 강화’ 관련 항목을 살펴보자. 2월 9일 허영 의원과 강원도가 제출한 ‘2차 전부 개정안’ 중 10여 개에 달하는 자치권 강화 관련 조항의 핵심은 ‘도의회 의원 정수 및 지역 선거구 특례’, ‘의회 기구 및 정원에 관한 특례’였는데 모두 사라졌다. 기대를 모았던 부지사 수의 증원과 지방 공무원
춘천에 최초 방문했을 때부터, 나는 자전거를 구입하기로 했다. 내가 살던 블라디보스토크는 가파른 언덕이 많고, 바다에서 강한 바람이 분다. 날씨는 예측이 불가능하며, 여름에는 자주 비가 오며, 아침과 저녁에는 짙은 안개가 몰려든다. 이러한 자연 및 지리적 조건은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 구매는커녕 빌려서 공원에서 타는 생각조차 없었다.그러나 춘천에서는 가파른 경사로가 그다지 많지 않고, 2월부터 11월까지 대체로 편안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날씨가 있다. 더욱이 경치 좋은 호수와 강가, 웅장한 산맥, 넓은 도로
지난 15일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인상안이 발표되었는데, 다음 날인 16일부터 바로 적용된다. 전기요금은 키로와트시(kWh)당 8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인상되었는데,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각 가정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은 전기요금, 가스요금 얼마나 더 내야 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위당으로 인상된 요금이 몇 원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체감하지 못하는 듯한데, 에어컨 사용이 많은 여름에 전기료폭탄이 투하될지도 모르겠다. 얼마 인상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은 이른바 평균의 함정과 더불어 전기 또
늘 처음은 두근거림으로 시작한다. 춘천시민의 신문 《춘천사람들》 독자위원으로 생애 처음 ‘비평’을 하게 되었다. 비평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사전적 의미를 찾다가 ‘좋은 비평의 세 가지 기준’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비평가는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되고(판단 없는 관찰), 마음의 눈(제3의 눈)으로 보아야 하고, 감상과 평가를 구별해야(알아차림) 한다고 한다. 좋은 비평의 의미가 다분히 명상적이다. 그래서 5월 8일 자 《춘천사람들》은 비평 이전에 나의 삶의 태도를 먼저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춘천사람들》은 4월 지면 개편을 시
법法’이라는 한자를 보면 ‘물 수水’와 ‘갈 거去’로 이루어져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라는 것인데, 실은 법이라는 게 이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법사회학의 아버지’라는 19세기 독일의 루돌프 폰 예링은 법이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조정하고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함으로써 두 가지를 다 보호해야 한다”라고 했지만, “강제를 수반하지 않는 법은 타지 않는 불이나 비치지 않는 등불과 같이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해 법의 강제성을 강조했다.동양에서 법을 말한다면 상앙商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경계지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계선 없이 살아야 하고 교차로가 되어야 한다. (Anzaldúa, 1999, 217, 《경계지대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중)나는 온종일 필리핀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이기도 하다. 지원을 요청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의 전화를 받으며, 한국기관에서 그들을 연계하기도 하고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한다. 춘천에 정착한 지 7년, 나의 시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할 때가 있다. 필리핀 앙헬레스시에서 태어나, 앙헬레스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 다니던 중 한국에서 유학 온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게
“역사를 잊으면 반복된다.”“전두환 군부정권부터 윤석열 ‘검부정권’까지 우리는 잊지 않고 알고 있다.”“역사를 거스르는 자는 끌고 가나, 순응하는 자는 태우고 간다.”“무능 무지 윤석열은 퇴진하라!”1987년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 이후 “동장에서 대통령까지 우리들의 손으로”라는 구호가 처음으로 등장한 후 천주교 춘천교구의 박영근·최원석 신부 등 15인이 그해 5월 11일부터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단식기도에 돌입했었다. 그 후 36년 만에 춘천 애막골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다시 모여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국내 굴지의 신문사 사옥에 들어서면 ‘다문궐의(多聞闕疑) 신언기여(愼言其餘)’란 여덟 자가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것은 제외하고, 나머지도 삼가 조심해서 말하라는 부탁의 말을 완곡하게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서 한 것이리라. 자장은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되는 방법이 궁금해서 선생님께 물었다. “우선 많이 들어야 해[多聞]. 그중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나는 것이 있거든 그것을 제외해야 된다[闕疑]. 나머지 믿을 만한 것도 조심조심 살펴서 말해야 해[愼言其餘]. 그래야 잘못이 적게 되거든. 또 많이 보아야
총확진자 184,810, 재택치료자 264, 검사중 485. 5월 12일 현재 춘천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코로나19에 관한 알림 사항이다. 최근 5일간 확진자 발생 현황도 5월 6일 47명, 5월 7일 78명, 5월 8일 101명, 5월 9일 152명, 5월 10일 100명 등 연일 100명대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도 하루 확진자가 2만 명대에 이르고, 강원도 전체 확진자도 5백 명대 후반에 달한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코로나 확진자 7일 격리의무를 5일 권고로 전환하는 등 코로나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1년이 10년 같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지난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출범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전국 대학교수 345명이 참여한 전문가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1점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보통 40점 미만이면 낙제인데 21점이라면 점수라고 말하기도 낯뜨겁다. 빵점이나 매한가지다. 최근의 역대 정부 1년에 대한 종합평가를 비교할 것도 없이 당연히 꼴찌다. 문재인 정부는 73점을 얻었고, 국민으로부터 최초로 탄핵을 당했던 박근혜 정
나는 중학교 때부터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 이름과 지명을 종종 한자를 통해서 분석해 머릿속에 담는다. 춘천이라는 지명을 처음 들었을 때 ‘아하, 봄의 도시’라는 생각부터 든 건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5년 한림대 학생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칠 때까지 춘천의 봄이 실제로 어떤지는 알지 못하였다.내가 태어나 평생을 보낸 고향 블라디보스토크는 봄의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바다의 도시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항구도시에 봄이 오면 차디찬 겨울바람이 아침에 안개로 바뀔 뿐이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차량이 보
연애편지 쓸 때도 이렇게 망설이지 않았다. 그저 일개 독자의 구독 소감을 써야 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4월 24일자 신문을 읽고 나니 숨이 헉 막혀 왔다. 이렇게 기사를 세게 실었을 줄이야…. 싸움은 구경이나 좋은 법이지 정말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말이다.해당 신문에는 4월 초부터 약사천 시화전에 출품 중이었던 한 시인의 작품이 철거된 문제를 1·2면의 기사를 비롯해 14면 SNS 제보와 15면 칼럼에서까지 다뤘다.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꼬집고 풍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시인의 말은 옳다. 시인과 사전에 상의도
16-14-12-10-8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지난 4월 29일 약사동 카페 설지에서 있었던 초청 강연에서 장발장은행장 홍세화 선생이 제시한 숫자인데, 하루 노동시간의 변천사다. 산업사회 초기 노동자들은 하루 16시간을 일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펴낼 당시 노동시간은 14시간으로 줄었다. 현재의 8시간 노동제는 수많은 노동자가 오랜 세월 투쟁 끝에 얻은 결과물이었다.일제강점기에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였지만, 하루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노동자가 절반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은 해방 이후에도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