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핵폐기물 찾겠다며 2014년 7월 12일,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결성
춘천 곳곳에서 국제 기준 100nSv보다 2~7배 높은 방사선 수치 측정

댈러스 스넬 씨. 사진=시사IN
댈러스 스넬 씨. 사진=시사IN

2011년 6월 4일, 시사주간지 시사IN 194호에 춘천과 관련된 특집 기사가 실렸다. 춘천 미군기지에서 1970년대에 근무했던 ‘댈러스 스넬’ 씨의 증언이 기사의 핵심이자 주요 내용이었다.

그는 미군기지 내에서 핵미사일 관리가 부실했을 뿐만 아니라 끝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핵탄두를 춘천시 남쪽 24km쯤 떨어진 곳 어딘가에 묻었다는 내용까지 밝혔다. 그는 인터뷰 당시 백혈병을 앓고 있었으며, 현재 공식적으로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사IN 특집 기사가 아니어도 방사선 측정 장비를 가진 개인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춘천 지역의 방사선 수치가 높다는 이야기가 꽤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퍼져있었다. 그럼에도 방사선에 관심 없는 일반 시민과 춘천 시민에게는 마치 ‘괴담’과 같은 이야기로 여겨졌다. 꽤 오랜 시간 잊혔던 시사IN 기사는 춘천지역 한 단체의 활동으로 다시 세상 밖으로 강제 소환되었다.

2014년 7월 12일, 몇몇 시민들이 방사능 문제 하나로 모이게 되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춘천과 춘천지역에 묻혀 있는 핵폐기물을 찾겠다는 의지가 모여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방생단)이 결성됐다. 방생단은 그해 10월, RAD-DX이란 방사선 측정기를 직접 구매해 춘천 전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도심 아스팔트와 건축물 실내외, 나대지에서 국제 권고치인 시간당 100nSv보다 2~7배 높은 방사선 수치가 측정된 것이었다.

춘천에서 측정한 방사선 수치.
춘천에서 측정한 방사선 수치.

당시 그 결과를 접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오롯이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방사능 문제는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같은 먼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재난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딛고 있는 발밑과 내가 머무는 공간까지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시 초등학생인 큰 아이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가 살아갈 이 도시에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해결은 가능한 건지 궁금증과 질문만 쌓여만 갔다. 그 궁금증과 물음이 결국 방생단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2015년부터 2016년 5월까지 방생단은 RAD-DX로 방사선 측정을 꽤 꼼꼼하게 이어갔다. RAD-DX로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방사선이 높게 측정되는 곳을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정밀 측정을 의뢰했다. KINS는 측정 과정 내내 무척 차분했다.

춘천 시내 방사선 측정 활동을 벌이는 '방생단' 회원들.
춘천 시내 방사선 측정 활동을 벌이는 '방생단' 회원들.

비슷한 일이 많은 듯 큰일이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했지만, 방생단이 측정을 의뢰한 곳에서도 시간당 300~500nSv/h의 방사선이 측정되었다. 더불어 감마선을 내뿜는 핵종은 천연 방사성 물질인 토륨이라는 결과까지 내놓았다.

KINS와 방생단의 측정 결과에는 꽤 차이가 났는데, KINS는 그 이유로 측정기 RAD-DX의 민감성과 정확성을 문제 삼았다. KINS는 측정기의 문제로 방생단의 측정 수치는 과학적이지 않다며 방생단의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

“시간당 500nSv의 방사선은 인체에 위해를 가할 정도의 수치가 아니다 … 인공 방사능 세슘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문제 되질 않는다 … 춘천 지역보다 높은 방사선이 측정되는 곳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춘천의 방사선 문제에 대한 KINS의 인식은 확고했다. 그때부터였다. ‘안전’이란 단어 하나에도 국가와 시민 사이에는 꽤 먼 간극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강종윤(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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