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꽤 많은 것 같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같은 큰 사건이 언론에서 자주 다루어지면서 방사선이 위험하다는 내용을 자주 접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막상 방사선이 우리 몸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어떤 위해를 끼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는 방사선이 생명체나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
방사선이 생명체에게 위험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방사선(감마선)이 가지는 에너지가 우리 몸의 DNA와 RNA 같은 유전인자를 직접 손상해 암을 유발하거나 세포 기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DNA·RNA는 단순한 유전물질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포의 기능과 생리 현상 조절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합성하는데, DNA·RNA가 일종의 화폐 동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화폐 동판에 흠이 생기면 제대로 된 화폐를 찍을 수 없듯이 DNA·RNA가 방사선에 의해 손상이 되면 세포는 정상적인 단백질 합성을 못 하게 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DNA는 우리 몸 세포를 유지하고 생리 현상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인 만큼 우리의 생각보다 매우 강한 구조로 되어 있다. 외부는 탄소·산소·인이 서로 공유결합을 이루고 있으며, DNA 내부의 염기는 서로 수소결합을 이룬다. 이런 결합력으로 인해 DNA 내부는 거의 진공 상태일 정도로 견고한 구조를 유지한다. 그런데 이렇게 강한 DNA도 손상된다.
DNA 손상은 크게 화학적 요인과 물리적 요인으로 나뉜다. 화학적 요인은 벤젠·석면·벤조피렌과 같은 화학물질이 두 가닥이었던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삽입되어 DNA를 변형시킨다. 물리적 요인은 방사선·자외선·X선이 DNA에 직접 에너지를 가해 물리적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DNA 구조가 변형되면 세포는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비정상적 세포로 변한다. 이런 비정상 세포 중 일부는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행히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매우 강력해서 암세포나 비정상 세포가 발견되면 면역 과정을 통해 제거된다. 하지만 몸이 약해지거나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암세포가 증가해 우리 몸의 기관과 조직이 정상 기능을 못 하게 된다.
방사선에 의해 신체가 피폭당하는 유형도 ‘내부 피폭’과 ‘외부 피폭’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내부 피폭을 살펴보면 ‘세슘137’과 같은 입자나 ‘라돈’과 같은 기체성 방사성 물질이 체내로 들어와 몸속에서 끊임없이 방사선을 방출해 세포나 조직·기관에 피해를 준다. 당연히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피폭량이 늘어난다.
내부 피폭과 달리 외부 피폭은 몸 밖 방사성 물질이 뿜어내는 방사선에 신체가 피폭되는 경우로, 흔히 X선 촬영이나 CT 촬영을 예로 들 수 있다. 외부 피폭이 보통 내부 피폭보다는 위험성이 낮지만, 강한 방사선에 노출되면 급격한 세포 변화를 겪어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흔히 체르노빌 핵 발전소 사고나 히로시마 원자폭탄에 의한 방사선 피폭이 이에 해당한다.
방사선 피폭을 받는 시간의 양으로도 분류된다. 짧은 시간에 강한 방사선 피폭을 받을 경우는 급성 피폭, 긴 시간 약한 방사선에 의해 피폭을 받을 경우는 만성 피폭이라 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히로시마 원자폭탄처럼 일시에 많은 방사선을 쬐는 급성 피폭의 경우 그 자리에서 즉사하거나 피부 수포, 조직 파괴 같은 증상을 겪는다.
반면 만성 피폭은 낮은 방사선을 오랜 시간 동안 피폭당하는 경우로 비행기 승무원들이 해외여행으로 인해 암에 걸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지속적으로 낮은 방사선에 노출되어도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류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춘천 시민들은 저선량에 의한 외부 피폭과 오랜 시간 피폭을 당하는 만성 피폭을 동시에 받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강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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