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는 버티기 힘들어요.”
춘천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난 20대 청년 C씨의 말이다.
“주변에서 다들 서울로 올라가요. 춘천에서 직장을 구했는데도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이라 버티기 힘들어요.”
이 고백은 개인의 하소연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많은 지역 청년들이 마주한 공통된 현실이다. 고용노동부 고용행정 통계(2023)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300인 이상 기업에 다니는 비율은 수도권이 22%에 달하는 반면, 강원도는 7%에 불과하다. 대기업이나 안정적 일자리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구조적 불균형이 선명히 드러난다.
춘천 역시 신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으나, 여전히 청년들 다수는 음식·숙박업, 서비스업 등 저임금·단기 고용에 의존한다. 결과적으로 청년 고용 안정성은 수도권과 비교해 뚜렷한 열세를 보인다. 왜 지역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까?
첫째, 기업 구조의 한계다. 지역에는 중소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협력업체·하청업체 비중이 높아 원청 기업의 사정에 따라 고용이 좌우된다.
둘째, 산업 다양성 부족이다. 관광·서비스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된 탓에 경기 변동에 따라 일자리 자체가 크게 흔들린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관광업계의 몰락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셋째, 경력 개발 기회의 제약이다. 서울에서는 다양한 업종과 직종을 오가며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지만, 지역에서는 선택지 자체가 좁아 경력 축적이 어렵다.
통계청 ‘2023년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춘천은 지난해 전입자 3만4천698명, 전출자 3만4천30명으로 668명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청년층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다르다. 25~29세에서 순유출이 발생했고, 주된 원인은 일자리와 주거다.
춘천시가 지난해 실시한 일자리 인식 조사에서도 청년들의 희망 월평균 임금은 250만8천 원이었으나, 실제 지역 중소기업이 제시하는 수준은 대부분 최저임금 혹은 그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청년들을 떠나게 만든다. 청년 B씨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월세 지원을 받아도 결국 일자리가 없으면 떠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몇 가지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산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춘천 바이오 클러스터나 로컬푸드 산업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런 신산업들이 실제로 청년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둘째, 공공-민간 협력형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단순히 단기 지원금이 아닌, 지역 내 장기 프로젝트를 통한 고용 창출이 중요하다. 지역 개발, 환경 보전,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로컬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업 문화와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작지만 강한 기업, 합리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야 한다.
지역 청년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와 직결된다. ‘일자리가 없어 떠나는 도시’는 결국 사람이 사라지는 도시다. 춘천이 ‘청춘의 도시’로 남으려면, 청년이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바로 그 출발점이다.
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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