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로컬 브랜드들이 과거의 ‘촌스럽다’는 인식을 넘어 독창성과 브랜딩을 무기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닭갈비 같은 향토 음식은 여전히 지역을 대표하는 자산으로 자리 잡았고, 청년 창업 카페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로컬푸드 판매가 새로운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능력 부족과 유통망 진입 장벽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로컬푸드, 온라인으로 판로 확대
춘천시 관광과에 따르면, 지난해 춘천을 찾은 관광객은 883만5천6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753만여 명보다 13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에는 40여 개 업소가 밀집해 있는데, 이 중 20년 이상 운영된 점포도 10곳이 넘는다.
춘천시 관계자는 “관광객의 70~80%가 닭갈비를 주요 방문 이유로 꼽는다”며 “닭갈비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춘천을 대표하는 도시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춘천의 로컬 브랜드들은 여전히 대형 유통망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춘천에서 전통 떡집을 운영하는 B씨는 “서울 백화점 입점 조건이 월 1천 개 이상 납품인데 소규모 업체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온라인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닭갈비와 막국수, 감자빵 등 춘천 로컬푸드 역시 온라인 판매를 통해 판로를 넓히고 있다. 춘천에서 제과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감자빵을 온라인몰에 입점한 뒤 오프라인보다 두 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며 “지역 소비에 머물던 제품이 전국 소비자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6천737억 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 조사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온라인 거래액은 2020년 5조 원대에서 2022년 7조4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춘천 닭갈비 밀키트와 막국수 밀키트 역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온라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성패의 관건은 브랜딩과 스토리텔링
춘천 로컬 브랜드의 성패는 단순한 제품 품질이 아니라 브랜딩 투자에 달려 있다. 한 유가공 업체는 매출의 일부를 패키지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에 투입한 결과, 동일 제품이라도 20%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치즈 목장은 체험형 관광을 접목해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하면서 단가를 올렸음에도 주문량이 늘었다.
강원연구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단순한 품질보다 브랜드와 경험을 중시한다”며 “춘천 로컬 브랜드 역시 브랜딩 전략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춘천에서는 청년 창업을 중심으로 한 독립 카페도 늘고 있다. 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3년 개인 카페 수는 약 20% 증가했다. 구도심 골목과 캠프페이지 인근에 자리한 개성 있는 카페들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문화 플랫폼이 되고 있다. 특히 20~30대 방문객 유입이 늘면서 도심 활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 기준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 참여 기업들의 평균 매출이 3억 원에서 5억2천만 원으로 73% 늘었다고 밝혔다. 춘천시 역시 청년 창업지원센터 운영과 로컬 창업 경진대회를 통해 브랜드 육성에 힘쓰고 있다.
다만 소규모 업체의 생산능력 한계, 전문 인력 부족, 수도권과의 격차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춘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브랜드가 돼야 한다”며 “안정적인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지원이 곧 도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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