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8월 춘천을 포함한 12개 지역을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만들기’ 공모사업 1차 선정 지역으로 발표했다. 전국 사교육비 총액이 29조2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7만4천 원에 달하는 현실에서 춘천의 실험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미지 출처=AI 생성(Chat GP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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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29조 시대

통계청과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사교육 참여율은 80.0%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 학생들의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도 7.6시간으로 늘었다.

지역별 격차도 뚜렷하다. 서울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3천 원, 읍·면 지역은 33만2천 원으로 두 배 차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읍·면 지역 사교육비 증가율이 14.9%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지역에서도 사교육 불안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춘천은 원주·구미·울·부산·대구·광주·울산·제주·경·전북·전남과 함께 1차 선정 지역에 포함됐다. 이 사업은 지역 특성에 맞는 사교육 대안 프로그램 개발에 최대 7억 원까지 지원한다. 춘천은 강원대와 춘천교대라는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나, 수도권과의 교육 격차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월 8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67만6천 원인 반면, 월 3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은 20만5천 원에 그치는 현실에서 소득과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공교육과 지역 자원의 만남

춘천의 실험은 기존 공교육 시스템과 지역 자원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역 특화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예비교사와 대학생 멘토링, 지역 예술가와 협력한 문화예술 교육은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예체능 사교육 참여 목적 중 63.9%가 취미·재능 계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의적 접근이 유효하다.

강원대 관광학과는 “춘천이 진정한 ‘청춘의 도시’로 거듭나려면 외부 관광객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역 주민이 자부심을 느끼며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라며 “문화·창업·생활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격차와 온라인 교육

이미지 출처=AI 생성(Chat GP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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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교육은 지역 교육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인터넷·통신을 통한 사교육 참여 학생의 월평균 비용은 14만 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고등학생들의 EBS 교재 구입률이 감소한 것은 수능 연계율 축소 영향도 있지만, 온라인 교육만으로는 학습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춘천의 대안교육 실험에서 핵심 과제는 소득에 따른 격차 해소다. 월 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12.3% 늘어 처음으로 20만 원을 넘었다. 맞벌이 가구(50만 2천 원)와 외벌이 가구 간 사교육비 차이도 두드러진다. 따라서 프로그램 설계 단계부터 사회경제적 격차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정책의 지속성과 한계

교육부 공모사업은 통상 3년간 지원된다. 문제는 예산 종료 이후에도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느냐다. 학교 수업 보충(50.5%), 선행학습(23.1%), 진학 준비(14.4%)가 사교육의 주요 목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제도적 변화, 특히 대학입시 제도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춘천의 ‘사교육 없는 도시’ 실험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전국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금, 춘천은 지역적 특성과 교육자원을 활용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성공의 열쇠는 ▲체계적 자원 연계 ▲소득별 맞춤형 프로그램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다.

사교육 없는 도시는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소득과 지역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도시를 뜻한다. 춘천의 실험이 전국에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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