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AI 생성(Chat GP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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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0일, 춘천시민버스 노조가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춘천시는 즉시 전세버스 25대를 긴급 투입하고, 오전 5시 30분부터 무료 운행 대책을 가동했다. 이 사실은 당시 춘천시 공식 시정레터에 기록되어 있다.

전국 언론은 이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춘천 지역신문은 정류장 풍경, 시민 불편, 대체 노선 등의 세부 상황을 다음날 1면에 실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출근했고, 어떤 동선이 비었는지, 현장에서 어떤 혼란이 있었는지는 지역 기자들이 아니면 기록되지 않았을 장면이었다. 이런 기록들이 모여 결국 ‘도시의 시간’을 구성한다.

육림고개 청년몰 사업은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도시재생 사업 선정 이후 국비·시비 약 28억 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였다. 점포 조성, 창업 지원, 상권 활성화 등이 핵심 목표였다. 그러나 이후 다수 점포가 문을 닫으며 공실 문제가 반복됐다.

지역 언론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이 상권의 변화, 임대 현수막, 창업가들의 퇴출 사유 등을 꾸준히 취재했다. 중앙 언론은 사업 초기의 ‘성공 사례’만 보도했지만, 그 이후의 실패와 공백, 상권의 침식 과정은 지역 언론의 카메라만이 따라다녔다.

이미지=AI 생성(Chat GP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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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춘천공공하수처리시설 이전·현대화 사업이 착공했다. 총사업비는 국비·지방비 포함 3천628억 원. 근화동의 30년 넘은 노후시설을 칠전동으로 이전하는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이전 반대와 찬성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주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였지만, 서울 언론은 착공 소식조차 거의 다루지 않았다. 갈등의 디테일을 기록한 것은 지역 기자들이었다. 설명회장의 분위기, 주민들의 표정, 이전지 주변 상권의 변화 가능성 같은 세목들은 지역 취재 없이는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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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은 최근 몇 년간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춘천 지역 일부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검토 중이다. 학생 수가 10명 남짓한 학교는 언론에서 “지방 소멸의 상징”이라는 큰 담론 속에 묶여 언급될 뿐이다.

하지만 통폐합이 결정되면 그 아이들이 몇 km를 더 다녀야 하는지, 통학버스는 누가 책임지는지, 마을 어르신들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취재는 지역 기자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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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시내버스 전면 개편이 시행된 날. 25개 노선, 105대가 새 노선으로 출발했다. 당시 지역 기자들은 새벽 5시 첫차를 탔다. 개편된 노선 이용객 반응, 혼란, 부족한 안내판, 그리고 개편 이후의 재조정 과정까지 꾸준히 따라갔다. 전국 단위 뉴스에 오르지 않아도 도시의 일상은 이렇게 기록을 통해 완성된다.

중앙 언론은 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거대한 의제를 만들어낸다. 그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출근길 변화, 폐교 위기 학교의 회의장, 수십억 원이 투입된 도시재생 사업의 현주소, 악취로 고통받았던 근화동 주민의 지난 30년은 지역 언론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보도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이야기가 있다. 그 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지역 언론은 존재한다. 도시가 놓칠 뻔한 장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의 균열을 기록하기 위해.

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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