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급증의 빛과 그림자
춘천은 ‘호수의 도시’이자 ‘닭갈비의 고장’으로 불리며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말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몇 년 사이 KTX 개통, 캠프페이지 부지 개발, 의암호 경관 개선, 소양강 스카이워크 개방 등이 이어지면서 관광객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춘천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춘천을 찾은 관광객은 883만5천670명으로, 2023년의 753만851명 대비 약 13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103만4천741명에 달해 춘천은 명실상부한 ‘천만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지역 사회에 양가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관광객 유입이 늘며 경제적 효과가 커진 것은 사실이나, 정작 춘천 시민들은 교통난과 주거 불편, 일자리 불안정 등 다양한 문제를 호소한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건 좋지만, 우리 삶이 더 힘들어졌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관광 호황의 가장 직접적인 부작용은 교통 혼잡이다.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춘천고속도로 출입구의 주말 평균 교통량은 하루 11만 대 이상에 달한다. 특히 여름 휴가철과 가을 단풍철에는 수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며 도심 도로가 사실상 ‘정지 상태’가 되기도 한다.
춘천 명동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지훈(34) 씨는 “주말에는 시내로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다. 장을 보러 가는 데만 30분 이상 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통 혼잡과 주차난은 주민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며, 관광 도시로서의 성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관광객 유치와 동시에 교통 인프라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계절 따라 요동치는 관광 수입
관광객 수가 급증했음에도 지역 경제는 안정적이지 않다. 춘천시 관광과에 따르면, 춘천의 관광 매출은 여름 피서철과 가을 단풍철에 집중되며 겨울철에는 급감한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방문객 수는 416만7천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56만1천 명 대비 17%가 증가했지만, 여전히 성수기·비수기 편차가 뚜렷하다.
지역 상인들의 고민도 깊다.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에서 20년째 영업 중인 최영희 대표는 “여름과 가을엔 손님이 너무 많아 임시직을 쓰지만, 겨울철에는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 인건비 감당이 어렵다”며 “청년 직원들의 일자리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춘천의 청년 창업 열기는 뜨겁지만, 이 또한 관광 성수기에 크게 좌우된다. 춘천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3년 개인 카페 수는 약 20% 증가했다. 구도심과 캠프페이지 인근에 새로 문을 연 청년 카페들은 독창적인 콘셉트로 20~30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김민수(29) 씨는 “관광객이 몰릴 땐 하루 매출이 크게 오르지만, 비수기에는 지역 주민 수요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찾고 싶은 도시'에서 '머물고 싶은 도시'로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관광객 유치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관광공사 지자체관광개발팀 관계자에 따르면, 관광객 수 증가는 단기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주민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참여형 관광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전주의 한옥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와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지역민 소득으로 이어지며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구축했다. 반면 부산 해운대는 대규모 개발 이후 임대료 급등과 원주민 이탈 문제를 겪고 있어 춘천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거론된다.
춘천시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춘천시 문화관광과에 따르면, 올해부터 ‘춘천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해 청년 창업과 지역 문화 활동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과 주민이 함께 머물고 싶어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강원대 관광학과는 “춘천이 진정한 ‘청춘의 도시’로 거듭나려면 외부 관광객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역 주민이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라며 “문화·창업·생활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춘천은 이미 수치상으로는 관광 도시의 성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높이고, 청년들이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와 문화적 토대를 만드는 일이 남아 있다.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에게 매력적인 ‘지속가능한 관광도시 춘천’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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