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문아, 열려라!

A씨는 자신이 살아가면서 느끼고 깨닫는 것들을 글로 쓰고 싶어했고 도전했다. 그의 글이 5편쯤 나왔을 때 나는 글이 눈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독자를 가르치려 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그의 삶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학자나 사회운동가들이 쓸 법한 주장을 내세우면서 설법하듯이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글이 지루하고 딱딱했다. 어쩐지 자신이 없으니까 중언부언하면서 말을 덧붙였다.

A씨의 글이 기대에 찼던 이유는 A씨가 보통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과 자기의 변화된 삶에 애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특한 주제가 있는 그의 글에 살아있는 경험이 신선한 재료가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경험은 줄이고 자기가 갖고 있는 분노나 주장 따위를 열거했으니 글이 맛이 없었다. 나는 그것을 지적했다. 소위 ‘아는 소리’ 하지 말고 ‘당신의 삶을 담으라’고 했다. 현학적 표현을 걷어내자 그의 글은 생동감 있게 살아났다. 자기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담아냈다.

진실하게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고 이외수 선생은 《글쓰기의 공중부양》(2006, 해냄)에서 “진실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 있는 것이다. 감동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써라”고 했다.

글을 머리로 쓰려 했던 A씨가 자신이 갖고 있는 ‘당위적 생각’이나 ‘합리적인 주장’이라 여기는 것, 혹은 지적 허영 따위를 걷어낸 채 가슴을 열고 자기의 삶을 털어놓았을 때 진실의 문이 열리며 글에 생명이 부여되었다. 어떻게 쓸 것인가? 가슴을 열고 진실하게 써야 한다.

진실한 글쓰기의 첫걸음, 주제와 목차 정리

진실하게 쓴다는 것은 글쓰기의 대원칙이다. 이 원칙을 세우고 인생의 주요 포인트를 잡아내 무엇을 쓸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나열해야 한다. 주제를 정하고 구성 방법을 정리하며 목차를 세우는 등 글과 책의 얼개를 짜는 과정을 통해 글의 방향은 분명해진다.

방향이 명확하면 글은 일목요연해진다. 일목요연해진다는 것은 현학적 태도를 걷어내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글의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뭘 써야 할지 몰라 갈팔질팡하다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를 삽입하며 중언부언한다.

글은 점점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잘 정리하는 것은 진실한 글쓰기에 다가가는 첫걸음이다.

주제와 글감을 찾기 위해 지난 시리즈에서 ‘내 인생의 연대표’를 쓰거나 ‘생각그물’을 활용하거나 ‘100가지 주제’ 등을 정리해보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제시되는 것을 통해 주제를 나열하고 거기에서 꼭 써야 할 것을 뽑아낸다.

책을 만들고자 한다면 주제 선정은 필수다. 시간순으로 쓸지, 범주를 나누어 카테고리화 할지 먼저 정한 후 그에 따라 주제를 뽑아내면 글쓰기가 좀 더 수월하다. 즉 목차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보통은 책을 쓸 때 목차를 정하고 목차별로 내용과 사진, 구성방법을 정리한다. 아래 사례는 내가 최근 탈고한 마을역사서의 목차 일부이다. 목차를 구성해 무엇을 쓸 것인가를 먼저 정해놓으면 긴 글을 쓰기가 수월하다. 물론 이 구성은 막상 글을 쓰면서 상당 부분 수정된다.

목차를 정하면서 시간순, 범주순으로 획일적으로 구분하려는 태도는 갖지 않는 게 낫다. 아래 사례에서도 시간순으로 마을의 변화를 그리고 있지만 그것을 다시 주제별로 나누었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지만 주제별로 분류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보다 선명하게 인식되도록 정리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목차를 정하면 이제 절반이 완성된 것과 다름없다. 목차에 맞춰서 쓰기만 하면 된다. 다음 순서는 목차라는 바구니에 달걀 같은 글감을 집어넣는 것이다. 바구니가 그득그득 차야 글쓰기가 훨씬 쉽다. 달걀처럼 동그란 이야기들을 톡톡 깨 넣어 지나온 인생을 맛있게 요리해보자.

[표] 목차 및 분량 구성 예시 ; 마을 역사책 목차 일부.
[표] 목차 및 분량 구성 예시 ; 마을 역사책 목차 일부.

김효화(기록작가·글잡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후원해 주세요 기사 후원하기
관련기사
키워드
#치유글쓰기
저작권자 © 시민언론 <춘천사람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